Boxing Day가 지났지만, Boxing Day의 유래를 한 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Boxing Day는 우편배달부, 청소부 등에게 감사의 표시로 상자에 선물이나 약간의 금품을 넣어서 주는 날이라고들 했는 데.. 사실 Boxing Day에는 대부분 일을 하지 않거든요…^^
일단 인터넷에서 Boxing Day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이 풀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Boxing Day is traditionally the day following Christmas Day, when servants and tradesmen would receive gifts from their superiors.
- The day to open the Christmas Box to share the content with the poor. The Christmas box was a wooden or clay container where people placed gifts.
- Servants were allowed to visit family after providing for the rich on Christmas Day, and were given gifts, bonuses and leftover food to take home.
또, 한국어 위키백과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 수백년 전에, 상인들이 하인들에게 음식과 과일을 크리스마스 팁으로 주었다. 자연스럽게 음식과 과일 선물을 상자에 포장되었기 때문에 "박싱 데이"라고 불린다.
- 봉건 시대에, 크리스마스는 대가족이 모이는 날이었다. 모든 농노들은 영주의 집으로 모였고, 영주가 농노들에게 연금을 주었다. 12월 25일의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나고 영주가 자기 땅에 살고 있는 농노들에게 옷, 곡물, 연장과 같은 실질적인 물건들을 주었다. 각 농노의 식구들은 크리스마스 다음날 그런 물건들이 가득한 상자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설명에 따르면 이 행사의 자의성은 전혀 없다. 영주는 이런 물품을 제공할 의무가 있었다. 물건을 상자에 담아 주었기 때문에 그 날을 박싱 데이라고 불렀다.
- 수년 전, 영국에서 하인들이 크리스마스 다음 날 (12월 26일) 일을 하려고 올 때 고용주에게 상자를 갖고 오는 풍습이 있었다. 고용주들은 특별 연말 수당으로 상자에 동전을 넣어줬다. 이는 근대의 크리스마스 보너스와 비교할 수 있다. 하인들은 동전 상자를 들고 갔으며, 그래서 박싱 데이라 부른다.
- 교회에서, 크리스마스에 헌금함을 열어서 돈을 다음 날 더 가난하고 비천한 시민들에게 주는 것이 전통이었다. 이 경우에, "박스(box)" 또는 "박싱 데이"는 헌금이 남아있는 거대한 잠금 상자 하나에서 유래했다.
- 영국에서 많은 하인들이 크리스마스에 고용주를 위해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고용주들이 25일 파티후 남은 음식들을 BOX에 담아 하인들에 가지고 가도록 했다.즉, 맛있는 음식이 가득 담긴 BOX, 상자를 받아오는 날 그래서 박싱 데이라고 알려지게 되었다.
위에서 찾아본 Boxing Day에는 상자(Box)가 공통적으로 들어있으며, 뭔가를 상자를 통해서 나누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복된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Boxing Day는 어디에서 유래하고 있는 것인지 한번 알아봅니다.
먼저, Boxing Day는 대단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국정 공휴일로 지정된 것은 1872년이며, 만약 Boxing Day가 휴일인 토요일 혹은 일요일과 겹치면 그 다음 월요일이 Boxing Day가 됩니다. 즉, the first weekday after Christmas가 대체 공휴일로써 Boxing Day가 되는 것입니다. 만약, 휴일인 25일 크리스마스가 월요일이라면 화요일이 Boxing Day가 되는 것이고요..
영국 현지에서 바라본 Boxing Day의 유래에 대해서는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몇 가지 설이 있습니다.
첫째로, 가장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노동자(하인 등)를 위한 선물을 주는 날이라는 설입니다.크리스마스에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크리스마스 행사(?, 아마도 영주나 귀족 등 상전을 위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여러 가지 남은 음식이나 선물이 들어있는 Christmas Box를 주었다는 것에서 유래한 것이며, 이 들에게는 Boxing Day가 the second Christmas이자 자신들만의 크리스마스라는 것입니다. Boxing Day를 공휴일로 지정한 것과 맥락이 닿는 유래라고 생각됩니다.
다음으로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금품을 나누어주는 날이라는 것입니다. 교회 바깥에 비치된'Alms Box'에 교회 성도들이 돈이나 선물을 넣어두면, 크리스마스 이튿날 이 상자를 열어서 가난한 성도들에게 나누어주었다는 것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설입니다.
비슷한 내용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12월 26일 날 사용된다는 공통점은 있으되, 내용이 약간 다른 설도 있는 데, 크리스마스 캐롤송으로 유명한 'Good King Wenceslas'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Good King Wenceslas'는 체코의 Saint Wenceslaus I, Duke of Bohemia (발음기호는 [vaːtslaf], 907~935)의 이야기를 1853년 John Mason Neale과 Thomas Helmore이 노래로 옮긴 것인 데, 체코의 Saint Wenceslaus I, Duke of Bohemia (발음기호는 [vaːtslaf], 907~935)가 12월 26일(아일랜드 등에서는 St Stephen’s Day) 날 눈보라 속에서 땔감을 구하는 소작농을 보고 이 들에게 음식, 포도주, 땔감 등 필요한 것을 가져다 주었다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돕는 손길을 축복하는 노래라고 할 수 있는 데, 오늘 날의 Boxing Day가 이러한 선행에서 기인했다고 하는 설입니다. 다만, 이 때부터 상자를 의미하는 Boxing Day가 시작된 것은 아니며, 훗날 영국의 성공회에서 강림절에 상자를 비치해두면 교회 성도들이 금품을 기부하고 이를 12월 26일 날 열어서 나누어주었다고 하는 점에서 이 두 가지 설이 같은 뿌리를 가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아래 동영상을 한번 감상해보시죠.. 발음이 제법 독특한 구석이 있습니다.
Title : Good King Wenceslas
Good King Wenceslas looked out,
On the Feast of Stephen,
When the snow lay round about,
Deep and crisp and even;
Brightly shone the moon that night,
Tho' the frost was cruel,
When a poor man came in sight,
Gath'ring winter fuel.
"Hither, page, and stand by me,
If thou know'st it, telling,
Yonder peasant, who is he?
Where and what his dwelling?"
"Sire, he lives a good league hence,
Underneath the mountain;
Right against the forest fence,
By Saint Agnes' fountain."
"Bring me flesh, and bring me wine,
Bring me pine logs hither:
Thou and I will see him dine,
When we bear them thither."
Page and monarch, forth they went,
Forth they went together;
Thro' the rude wind's wild lament
And the bitter weather.
"Sire, the night is darker now,
And the wind blows stronger;
Fails my heart, I know not how,
I can go no longer."
Mark my footsteps, good my page;
Tread thou in them boldly:
Thou shalt find the winter's rage
Freeze thy blood less coldly."
In his master's steps he trod,
Where the snow lay dinted;
Heat was in the very sod
Which the saint had printed.
Therefore, Christian men, be sure,
Wealth or rank possessing,
Ye who now will bless the poor,
Shall yourselves find blessing.
이외에도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던 풍습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옛날 대항해시대에 긴 항해를 계획하고 준비할 때 성직자가 배 안에 작은 상자를 놓아두면 선원은 물론 안전한 귀환을 염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행운을 비는 의미에서 그 상자 안에 돈을 넣는 데, 항해를 떠날 때에는 이 상자를 봉했다가 항해를 마치고 무사히 돌아오면 무사 귀환을 감사하는 의미에서 이 상자를 성직자에게 돌려주고, 성직자는 이 상자를 받아서 크리스마스까지 가지고 있다가 비로소 개봉해서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것에서 유래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하인이나 소작농 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Boxing Day는 원래의 의미가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오늘 날은 휴일, 여가시간 등 이외에는 별 다른 의미를 찾아보기 어려운 듯 합니다. 결국 유래를 정확하게 파악할 어떤 이유도 없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서로 살피고 나누는 선행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늘 날 평범한 영국 사람들이 어떻게 Boxing Day를 보내는 지를 살펴보면, 가장 일반적인 것이 가족과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집에서 먹고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문이 열린 식당을 찾아서 외식을 하기도 합니다. 우와하게(?) 크리스마스 음식만 즐기는 것이 아니고.. 햄버거 같은 정크푸드를 먹으러 다니기도 합니다. 파크에서 산책을 하기도 하고, 동네 펍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축구를 보기도 하며, 평소와 다름없이 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또, Boxing Day에는 스포츠 빅 이벤트가 많아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유도합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축구나 럭비 경기가 많이 있는 편인데… 대개 가까운 지역의 팀끼리 경기를 벌이도록 편성을 해서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멀리 움직이지 않아도 관람할 수 있도록 합니다. 경마도 빠질 수 없는 이벤트 중의 하나입니다.
뭐니 뭐니 해도 Shopping은 Boxing Day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70~80%까지 할인 판매를 하므로, 좋은 물건을 많이 선점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특히, 명품이라 일컫는 고가이면서 물량이 어느 정도 제한적인 경우에는 그 경쟁이 실로 치열하다고 합니다. 100미터 세계 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도 마음을 놓지 못할 것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요즘은 예전보다 찾아보기가 어렵지만, Boxing Day에 열리는 행사 중에는 여우 사냥도 있습니다. 흰색과 붉은색의 전통 복장을 하고 말을 탄 채 많은 개(foxhounds)를 앞세우고 여우를 사냥하는 데.. 2005년 이후로는 이와 같이 개가 직접 여우를 공격하는 여우 사냥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다만, 개가 공격을 하지 않는 경우의 여우 사냥은 여전히 합법적이라고 합니다.... 아래 사진은 예전처럼 여우 사냥이 다시 허용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도한 기사인 Fox hunting ban vote unlikely, says Environment Secretary의 일부입니다.
2005년도 여우 사냥 금지에 대해 반대하는 시위대와 이를 진압하는 경찰의 모습도 볼 수 있네요.. 무섭습니다. 아래 기사도 참고하시길...
Hunting: Minister says ban repeal vote 'not imminent'
Hunting: Ban 'cannot be overturned' in free vote
(이미지는 구글한 것인데, 1906년 엽서 도안이라고 합니다)
사실 영국에는 여우가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여우가 어떠한 피해를 끼치는 지에 대해서는 별 다른 이야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별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만, 여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됩니다. 먹이를 찾아 쓰레기 통을 뒤지거나 주택가를 배회하는 여우도 많고, 밤에 지방 도로를 다니다 보면 눈에 띄는 여우도 많습니다.
영국에서는 가죽으로 된 신발은 여우가 물어가기 때문에 꼭 집안에 두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담을 하나 해보자면, 여우는 도망가면서 꼭 뒤를 돌아 봅니다. 한 번만 돌아보는 것이 아니고 몇 걸음 가다가 돌아보고 또 뒤돌아봅니다. 따라오라는 뜻인지.. 아니면 나 잡아봐라는 뜻인지.. 어쩌면 또 다른 뜻이 있는 지도..
마지막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Hunting of the Wren”(굴뚝새 사냥, Wren's day, Hunt the Wren Day or The Hunting of the Wrens)을 들 수 있습니다. 웨일즈나 아일랜드 등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하는 데, 한 때는 영국에서도 성행했던 행사라고 합니다.
12월 26일인 St Stephen’s Day에 ‘Wren Boys’라고 부르는 어린 소년들이 굴뚝새를 잡아서 긴 막대 끝에 매달고, 나뭇가지와 리본으로 장식한 옷을 입고 얼굴을 검게 칠한 채로 노래를 부르면서 집집마다 다니면 각 가정에서는 돈이나 선물, 음식 등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소년들은 답례로 행운을 비는 의미에서 굴뚝새의 깃털을 주었다고 하며, 이렇게 모인 돈이나 물품은 마을 중앙에서 둥글게 모여서 춤을 추는 village dance를 여는 데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St Stephen이 당했던 것처럼 진짜 굴뚝새를 잡아서 돌로 죽였다고 하지만 현재는 모형 굴뚝새를 사용하며, 거추장스런 옷 대신 남자는 주로 여장을 한 채로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고 다니면서 자선 기금을 모금한다고 합니다. 왜 굴뚝새를 잡게 되었는지, 왜 12월 26일을 제외하고는 굴뚝새를 잡으면 불운해진다고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Hunting of the Wren 유튜브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