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날씨는 완연한 봄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봄이 오기는 왔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기온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낮 기온이 19도까지 올라가기는 했지만, 대체로 10~15도 정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4월 초까지 계속되던 날씨가 이렇게 바뀐 데에는 제트기류(jet stream)의 위치 변화가 주원인이라고 하는데, 우리 나라에도 뒤늦은 추위가 오는 등 일기가 고르지 않은 것 같은 데 혹 제트기류가 남하해서 그런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대전에는 눈이 내린다는 소식도 있네요...
다가오는 일요일인 4월 21일은 1981년부터 시작된 런던마라톤 대회(London City Marathon)가 개최되는 날인데... 이 날의 날씨는 화창한 날씨보다는 차고 건조한 날씨가 될 것으로 예상되어 관객 보다는 선수들에게 더 좋은 조건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아침 기온이 3도까지 내려간다고 합니다. 런던마라톤대회의 또 다른 이름은 'Virgin London Marathon'인데 이는 'VIrgin Money'에서 후원하기 때문입니다.
2012년 런던마라톤에는 약 36,000여명이 완주했는데, 금년에도 예년과 비슷한 숫자의 육상인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미국 보스턴마라톤에서 있었던 폭탄 테러와 같은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특별히 많은 경찰이 배치되어 대회의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합니다. 혹, 구경을 나가시더라도 안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17일 있었던 영국 최초의 여성 수상이었던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 전 수상의 장례식은 바로 전날 있었던 보스턴마라톤 폭탄 테러와 같은 테러에 대한 우려와 대처 전 수상을 특별히 싫어하는 사람들의 시위에 대한 염려로 군경이 합동 경비에 나섰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이래 저래 군경들만(?) 바빠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대처 전 수상의 사망에 대해 잠시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미 여러 매스컴을 통해 상세한 내용들을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번 대처 전 수상의 장례는 생전의 유언대로 국장(國葬)으로는 치러지지 않고 국장에 버금가는 규모(state funeral)로만 치루어졌지만 윈스턴 처칠 장례식 이후로 영국 여왕이 참석한 전 수상의 장례식으로는 처음이라고 하니 그 만큼 중량감이 있는 케이스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유례 없이 장례 행렬이 지나가는 동안 빅벤(엘리자베스 타워)의 타종 조차 멈추도록 했다고 하며, 엘리자베스 여왕은 같은 여성으로서 영국의 근현대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동반자의 죽음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더 슬퍼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모 신문사에서 붙인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대단히 좋아했고, 하루 18시간 씩 일을 했으며 이처럼 일하는 것을 하는 대단히 즐거워했다는 대처 전 수상은 1979년 수상직에 취임한 후 시행한 여러 가지 정책으로 인해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1982년 4월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섬 무단 점령에 따라 발발한 포클랜드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영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고 이를 토대로 수상직 재선, 삼선이라는 전무 후무한 기록을 남기게 됩니다.
당시 포클랜드섬이 점령당했을 때, 여러 가지 국내외 상황을 감안할 때 강경책을 쓰기 보다는 외교 정치적 타협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내외의 여론이 있었으나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즉시 항공모함을 비롯한 병력을 파견하여 약 2개월 만에 승리함으로써 영국민의 자존심을 지키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영국인들의 대처 전 수상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극과 극을 달리는 것 같습니다. 1970년대 IMF 구제 금융을 받는 등 내리막 길을 걷던 영국의 여러 문제점을 과감한 개혁을 통해 개선함으로써 '영국을 가장 많이 변화시킨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는 한편, '영국을 가장 불평등한 국가로 만든 정치가'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국의 경제를 회복하고, 외교 국방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등 영국의 위상을 높이는 등의 성공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그 반대 효과로 각종 복지정책의 축소, 각종 국영기업의 민영화 및 이로 인한 공공요금 인상 등 오늘날 영국 서민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의 상당 부분이 대처 정부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텔레비젼 시청료인 지금의 TV License도 대처 정부가 시행했다고 하는데... 돌이켜보면 우리 나라 정부에서도 대처 정부의 영향을 여러 모로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얼마나 뼈에 사무치는 일을 겪었으면 세상을 떠난 사람을 두고 축제를 벌이고.. 장례 행렬에 등을 돌리고 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꼭 그렇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망자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한 편인 것 같은데.. 여러분은 이러한 영국 사람들의 반응을 어떻게 보시나요? 이 곳 사람들처럼 쿨하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또한 우리와는 다른 문화적 충격(culture shock)의 한 단면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장례식에서 설교를 맡은 리처드 차터스 런던 주교는 설교에서 “대처 전 수상에 대해 상충하는 의견이 있지만 이 자리는 고인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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