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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19 교통 혼잡을 통해 본 영국의 한 단면

막 영국에 처음으로 도착한 사람들에게 영국에 대한 첫인상이나 소감을 물어보면..

대개 집들이 아주 예쁘다거나, 런던이 영국의 수도이고 세계 금융의 중심지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건물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거리가 대체로 한산한 것 같다는 대답을 많이 듣게 됩니다.  물론, 차량의 통행 방식이 좌측으로 다른 데에 기인하는 낯설고 무서움을 토로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요...

 

그리고 나서 어느 정도 시일이 흘러 영국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여기 저기 구경도 다니는 시점이 되면... 비싼 물가와 교통비, 대중 교통, 특히 버스 노선이나 배차 간격에 대한 불편함을 많이 이야기하는 편인데.. 교통 체증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사실, 영국, 특히 수도인 런던의 교통 체증은 한 마디로 대단하다고 표현할 도리 밖에 없습니다.  런던 시내에 진입하는 차량을 줄이기 위해 세계 최초로 혼잡통행료(congestion charge) 제도를 시행한 것만 보더라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국 정부나 런던시의 교통 체증에 대한 정책을 보면 거의 무대응이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을 정도입니다. 물론, 손놓고 있지는 않겠지만, 그 만큼 눈에 띄는 변화가 없거나 변화가 있더라도 거의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아야 하는 정도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런던에서 고속도로나 극히 일부 간선도로를 제외하고는 편도 3차선 도로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보수되는 도로는 많지만, 신설 혹은 확장되는 도로는 정말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도로가 많지만, 돌로 포장된 옛날 마차가 다니던 길 수준의 길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며, 그러다 보니 트럭 등 대형 차량이 회전하지 못해 통과하지 못하는 길도 많지요..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영국 사람들은 무엇이든 옛 것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또 이를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영국에 대한 이야기 중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10, 20년이 지나서 예전에 살던 곳을 찾아가 보아도 거의 대부분 예전 그 길이나 집, 상가 등이 그대로 있어서 전혀 생소하지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몇 년은 커녕 몇 달만 지나더라도 없었던 길이 생기고.. 새 건물이 들어서고... 이런 일이 다반사인 데, 영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교통 혼잡 해소를 위한 도로 개설이나 확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참으로 절실한 조치인 것 같은 데.. 이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마침 두어 군데 기사도 있고 해서 관련한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최근 '한인헤럴드'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천문학적 혼잡통행료에 런던 도로는 마차길


런던 중심가를 지나는 운전자들이 낸 혼잡통행료(Congestion Charge)가 지난 10년간 2 6천억 파운드에 달하지만 혼잡한 교통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긴급 구난 용역 업체인 AA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03년 혼잡통행료가 시행된 이래 운전자들은 10년간 2 6천억 파운드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냈지만 도로 상황은 10년 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고 나타났으며, 일부에서는 런던 중심가 평균 주행 속도가 말과 마차가 달리던 100년 전과 같이 느리다고 불평했다.

 

혼잡통행료는 지난 2003 2 17일 당시 켄 리빙스톤 런던시장의 기획으로 시행됐다. 주중에만 지불하는 이 통행료는 5파운드에서 시작됐지만 현재 2배로 올라 하루 10파운드다.

 

징수된 혼잡통행료의 57%가 수수료로 사용됐다. 런던교통국(Transport for London: TfL)은 나머지 1 2천억 파운드가 대중교통 환경개선에 투자됐다고 밝혔다. 1 200만 파운드가 도로, 다리 보수 공사에 쓰였고 7천만 파운드가 도로 안전프로그램에, 51백만 파운드가 런던 바깥 지역 교통 개선에, 36백만 파운드가 환경 오염 방지에 각각 사용됐다.

 

TfL의 닉 페어홈 혼잡통행료 감독은 "현재 런던 중심부에 출입하는 차량이 하루에 평균 6만대로 혼잡통행료 시행 이후 교통량이 줄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AA의 에드먼드 킹 대표는 "혼잡통행료를 도입할 당시 이 제도가 없으면 런던은 차가 넘쳐 교통 흐름이 매우 느려질 것이라 했는데 시행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차량 흐름이 느리기는 10년 전과 같다. 10년간 도로의 평균 주행 속도는 같고 100년 전 말과 마차로 달리던 시대의 속도와 같다."라 전했다.  그는 "차가 막혀 브레이크를 사용해 정지하고 다시 출발하는 것을 반복하면 차량에서 PM10이라는 오염물질이 배출되는데 환경오염은 이런 요인도 생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출처 : 한인헤럴드

 

 

런던의 도심 혼잡통행료(congestion charge)는 세계 최초로 시행된 제도로써,  런던 시내로 진입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혼잡통행료를 부과함으로써 진입 차량의 절대 숫자를 줄여서 교통 혼잡을 개선하겠다는 제도였는 데, 위 기사를 보면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 지난 10년간 걷힌 혼잡통행료가 2조 6천억파운드. 환산하면 대략 4300조원... 우리 나라의 2013년 예산인 약 350조원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10년치 예산을 훌쩍 넘는 엄청난 금액인 데.. 당연히 효과가 있어야겠습니다


혼잡통행료가 있었기에 10여년 전의 수준이라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되며, 만약 혼잡통행료가 없었더라면.. 런던 시내의 교통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잡해졌을 것이며, 10여년이 지난 오늘 날의 교통은 가히 최악이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정책적인 면에서 본다면 다분히 무대뽀적 발상이기는 하지만, 값을 올리면 수요가 줄어든다는 기본(?)에 우직스럽게 충실했던 결과라 보입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생각나서 한번 소개해 봅니다.

 

2003년 혹은 2004년으로 기억됩니다만, 날로 심각해지는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도로를 대폭 확충하여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이러한 여론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아주 팽팽하게 맞서서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도로를 함부로(?) 개설해서는 안된다는 측은 주로 환경단체 등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데.. 이들은 이 땅은 우리의 것이 아니며 우리는 이 땅을 잘 관리해서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많이 펼쳤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의견 대립 속에서 도로 개설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된 아이디어가 (제 기준에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것이었는 데, 영국 내 통행 차량의 운행 상황을 인공위성으로 관측해서 많이 다니는 자동차일수록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런던의 혼잡통행료는 시내 진입로에 설치된 카메라가 진입하는 자동차의 등록번호를 인식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데, 이제는 카메라 대신 인공위성으로 모든 차량을 감시하자는 것이었습니다.

 

, 세금(수수료)을 부과함으로써 자동차의 운행을 줄이고, 자동차의 운행이 줄어든다면 더 이상 도로를 개설하지 않아도 되며,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 오염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덤으로, 세금도 많이 걷을 수 있으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동차가 필수품인 시대일 뿐 아니라, 영국은 자동차가 없으면 실로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닌 데, 이러한 방식은 직접적인 세금 인상을 초래하므로 많은 반대가 있었고... 모든 차량 운행을 관측하게 되므로 소위 프라이버시 노출의 우려가 크다는 등에 대해서도 격렬한 반대가 있었습니다.  인공위성 감시 시스템 조성을 위해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것은 물론 각 개인의 차량에도 인공위성과 교신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여야 하는 경제적 부담 문제도 있었습니다.

 

‘UK Government Funded Study Calls For Mileage Tax, Satellite Tracking Boxes in All Cars’


위 기사는 2004 7월 영국 정부의 자금 지원에 따른 연구 용역의 결과  발표된 기사로써, 도로를 혼잡도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분류하고 그 분류에 따라 세금(Mileage tax)을 부과한다는 내용인데, 만약 킬로미터당 0.9파운드(현 환율 기준 약 1500)를 부과하면, 영국 내 약 3천만대의 차량을 통해서 년간 백억 파운드(현 환율 기준 1 6천억원)의 세수 증대효과가 있으며, 연관 분야에 120억 파운드의 파급효과가 발행한다고 합니다.  , 영국 내 3천만대의 차량에 100파운드짜리 장비를 설치하여야 하므로 총 30억 파운드(현 환율 기준 약 5천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나와 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위 링크를 클릭하셔서 기사 본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도로 확충과 세금 부과...  과연 어떤 결론이 나왔을까요?

 

질문의 의도를 이미 파악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만, (황당하게도) 결국 도로를 확충해서 교통 체증을 해소하기 보다는 도로에 차가 나오지 못하도록 하자는 쪽 여론에 무게가 실렸고, 그 후 이 사건은 기억 속으로 묻혔습니다.  만약 이런 일이 우리 나라에서 있었다면 결론이 어떻게 나왔을까요????  아마도 도로를 개설하는 쪽으로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우리 나라에서도 서울 시내 혼잡통행료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 데, 아직도 전면적으로 시행되지는 않고 몇몇 터널에만 적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억 너머로 사라졌던 이 소식은 몇 년이 지난 후(2007 혹은 2008)  다시 뉴스에 등장했습니다.  (검색해도 잘 나오지가 않습니다만) 내용은 이제 인공위성으로 차량 운행을 감시(?)할 수 있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적 준비가 거의 끝났고 시행 시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자동차에 적절한 장치를 설치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므로 즉시 시행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국가 부담으로 장치를 달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국가가 전액 부담하기는 어려우니 차주가 일부 부담하거나, 차주 전액 부담으로 설치를 하되 다른 면에서 혜택을 부여한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 뉴스는 기억 저 편으로 사라졌는 데.. 아마도 머지 않아 다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눈의 띄지 않게 (숨어서?) 준비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것도 단기간에 후다닥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주도 면밀하게... 무대뽀인 것 같지만 결코 흘지지 않고...  이러한 것이 영국의 특성 중 하나이며, 이러한 준비에 호응하는 국민성도 큰 특징의 하나라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비슷한 예를 하나 더 들어본다면, 영국의 비자 관리 시스템은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에 비해 대단히 엄격해졌고, 앞으로도 점점 더 엄격해지리라 예상되는 데... 이러한 제도적 변화를 위해 1990년대에 이미 방향을 설정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왔다고 합니다.  이 시점에서 일본이 독도를 문제화 시키려고 오랜 기간에 걸쳐 준비해 온 것이 떠오르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요?

 

위 관련 자료를 찾다보니 싱가폴에서는 도심 혼잡통행료 징수에 이어, 이미 2012 10 13일부터 혼잡한 일부 도로를 대상으로 인공위성을 통한 차량 추적 시스템을 시험 가동하고 있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Trial begins on the use of satellite tracking in Singapore to tax cars on congested roads'

 

크게 피부에 와닿는 내용은 아닐 수 있으나 영국과 우리 나라의 서로 다른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일들이 아닐까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또한 '문화적 충격'(culture shock)의 일면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Posted by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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